한국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와 이를 강화시키는 미디어 미녀들의 수다


    2009
11 9, 당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던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은 '한국 여대생들을 만나다'라는 주제를 들고 방송하였다. 이날 방송에서는 여대생 중 한 명이 방송 중에 던진 '루저'라는 단어가 단연 이슈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 말고도 이날 방송에는 미디어와 인식 강화 구조라는 측면에서 짚고 넘어갈만한 점이 있다.

이날 방송은 한국의 '남을 의식하는 문화'가 극명하게 드러났고,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재인식시키고 강화시키는데 일조하였다.




동양은 사람 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서양은 각자의 개인적이고 자율적인 행위, 독립성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 서양 사람들은 자기만족,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행위인지 여부만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지만 동양 사람들은 자기만족 이외에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의식한다.

서양인은 자신의 입장에서 대상을 바라본다.

반면 동양인은 상대방의 관점에서 나를 본다.


< 책 '생각의 지도' - 동서양의 사고방식 차이에 대한 연구를 설명한 책 (링크)>

상대방의 관점을 중시 하는 동양의 경향은 한국에도 적용되며, 한국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TV프로그램에서도 나타난다.

방송에서 제시된 여러 가지 화제들 중 '명품을 사는 이유'에서 이러한 경향이 표출된다. 출연한 여대생들은 명품을 사는 다양한 이유를 제시한다. 그러나 유행을 안탄다는 점, 오래 쓸 수 있다는 점, 어머니와 같이 쓴다는 점은 실제 이유가 아니다. 명품도 유행을 타고, 명품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기 위해 비닐, 합성피혁 등을 재료로 사용해 딱히 오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싼 가방이라도 어머니와 같이 쓸 수 있다. 실제적인 이유로 들 수 있는 것은 '남들에게 뽐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서양에서 자기만족이 행위의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과 달리 주위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어하고 존중받고 싶어 한다. 이러한 욕구를 쉽게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명품'이다. 명품을 들고 다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능력 있는 사람으로 비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대생들은 당당하게 이 이유를 말하지 못한다. 이는 여대생들이 다분히 동양적으로, 시청자들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동양적인 문화에서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서는 "나는 과시하기 위해서 산다."라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순간 오히려 안사느니만 못한 천박한 여자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청자들은 겸손하지 않고 자랑만 하는 사람으로 몰아가서 사회적 매장을 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결론은 각자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으로 끝난 듯 보이지만 사실상 명품은 사고싶으나 솔직하게 진짜 이유를 말하지 못한채 끝나버리고 말았다. 이날 방송은 사회 일반에 퍼져있는 의식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TV
프로그램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움직인다. 프로그램의 생사는 시청률에 달렸고 시청률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달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것을 보려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고 불편한 것은 보려하지 않는다. 미수다 제작진도 이러한 시청자들의 속성에 따라 프로그램의 구성을 짠 것이다. 미수다 제작진은 마음만 먹으면 방송 초반에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밝히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니까 양해를 부탁한다는 부연 설명을 해가면서 우리나라 여대생들이 명품을 선호하는 진짜 이유를 제시하도록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수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춰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이끌어 갔던 것이다.

TV프로그램과 시청자 반응의 순환 패턴



결과적으로,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양산은 시청자들의 기존 의식 강화로 이어진다. 그러나 기존에 있던 생각을 강화만 하는 방송 풍토는 사회적으로 유익하지 못하다. 새로운 생각, 여론 등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TV프로그램 제작진에게는 타당하고 적합한 새 이슈를 제시하면서도 시청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치밀한 구성을 가진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덧글

  • 잠본이 2010/11/21 22:25 # 답글

    듣기 좋은 말만 꾸며서 들려주는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아닌 것처럼 미디어도 그런 측면이 있겠군요.
  • souling 2010/11/21 22:37 # 답글

    그렇습니다. 미디어의 부정적 측면 또한 간과하면 안되겠지요 ^^
  • 르혼 2010/11/21 22:40 # 답글

    어느 정도 적절한 지적이긴 한데, 여대생이 당당하게 이유를 말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조금 어긋난 분석을 하신 것 같습니다.

    여대생이 시정자의 눈을 의식해 진짜 이유를 말하지 못한 것은, 바로 그 진짜 이유 자체가 그런 이유에 의해서는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에서, 그 시선에서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나는 과시하려고 명품을 산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바로 그 '시선 의식'의 불문율이죠.

    따라서 시청자들이 사대주의적인 착각을 해서가 아니라, 시청자와 출연자가 모두 지독히도 '한국적'이기 때문에 출연자는 진짜 이유를 말할 수가 없는 겁니다. 아니,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산 명품이지만, 그걸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샀다고 말하는 순간 오히려 안 사느니만 못한 천박한 여자로 전락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건 시청자들이 사대주의적이라서가 아니라 한국의 시선 의식 문화 자체의 특성이 그래서입니다.
  • souling 2010/11/21 23:04 # 답글

    흠... 반박할 수가 없습니다.. 저도 글을 쓰면서 약간 혼란스럽긴 했습니다. 제 기존 생각과 반대로 시청자가 한국적이고, 그래서 잘난척을 하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보는 것이 옳은 분석 같습니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출연자가 명품을 사는 이유로 자존감의 상승이 아닌 다른 이유를 제시하기를 원했고 제작진도 이에 맞춰 프로그램을 이끌어 갔다는 해석을 해야겠네요..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 souling 2010/11/22 01:07 #

    '르혼'님의 댓글을 참고해서 원포스팅을 수정하였습니다..
  • sadf 2010/11/21 23:58 # 삭제 답글

    사대고 자시고 간에 물건을 사는데 남들 시선 의식하는 소위 동양스러운 찌질스러움보다 서양스러운 자기 자신 중심이 더 멋지니까 그런거 아닌가..
  • souling 2010/11/22 00:38 #

    과연 동양스러운 건 찌질하고 서양스러운 건 멋진걸까요?...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각자 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연대찌질이 2010/11/22 00:45 # 답글

    와씨 연대 대박
  • souling 2010/11/22 01:07 #

    연대 대박이라뇨 ㅋㅋㅋㅋ 왠지 웃긴 댓글이네요 ㅋㅋㅋㅋ

    연대찌질이 님도 연세대 다니시나봐요?.. ^^
  • 연대찌질이 2010/11/22 18:02 #

    네 그러니깐 연대찌질이죠ㅋㅋㅋ


    ㅈㅁㅈ 교수님 다른 수업 듣지만 이렇게 뵈서 너무 좋네요ㅋㅋ
  • souling 2010/11/23 01:19 #

    그러게여 ㅋㅋ

    저도 한몫하는 찌질이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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